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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답서스 키우기 실패 후기, 15.99달러가 물컵 한 줄기로 남던 날

twinsmom 2026. 8. 5. 16:05

목차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은행에 갈 때마다 눈길이 가는 화분이 하나 있었다. 하트 모양의 초록색 잎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잎마다 파릇파릇한 생기가 느껴졌다.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은행 안에서도 그 화분만큼은 작은 정원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은행을 다녀온 뒤 곧바로 꽃가게를 찾았다. 꽃가게에서 비슷한 스킨답서스 화분을 발견했고, 가격은 15달러 99센트였다. 당시에는 식물 한 화분을 사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지만, 은행에서 보았던 싱그러운 모습이 계속 떠올라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내가 산 스킨답서스는 화분 위에 와이어가 연결된 걸이형 화분이었다. 문 근처나 천장의 고리에 걸어두면 줄기와 잎이 아래로 늘어져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나도 집 안의 여러 곳을 살펴보았지만, 무게가 있는 화분을 안전하게 걸 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결국 창가와 가까운 곳에 받침대를 놓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려두었다. 새 화분을 들인 뒤 나는 하루가 멀다고 스킨답서스를 들여다보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잎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집에 돌아오면 줄기가 얼마나 길어졌는지 살펴보았다. 하루 만에 눈에 띄게 자랄 리 없는데도 오늘은 어제보다 얼마나 컸는지 궁금했다.
    파릇파릇한 잎을 보고 있으면 미국에서의 낯선 생활 속에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은행에서 보았던 화분처럼 우리 집 스킨답서스도 줄기가 길게 늘어지고 잎이 풍성해지기를 기대했다.

    스킨답서스 실패, 15.99달러가 힘을 잃던 한 달

    그렇게 두세 달 정도가 지났을 무렵, 초록색이던 잎 몇 장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잎은 생기를 잃고 힘없이 축 처져 보였다. 당시에는 지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해서 시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곧바로 물을 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살펴보니 잎이 여전히 축 처져 있었다. 물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또 물을 주었고, 그다음 날에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자 다시 물을 주었다. 이렇게 이틀에서 사흘 동안 계속 물을 주다 보니 어느 날 화분의 흙은 축축한 정도를 넘어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식물을 살려보려는 마음으로 한 일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흙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물부터 준 것이 문제였다. 잎이 누렇게 변했다고 해서 무조건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계속 젖어 있는 흙 때문에 뿌리가 힘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식물을 자주 바라보고 아끼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식물이 걱정될수록 바로 물을 주기보다, 먼저 흙이 말랐는지 확인하고 화분 밑으로 물이 잘 빠지는지도 살펴보아야 했다.

    첫 스킨답서스, 한국서 고구마 생각난 물컵

     
    스킨답서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잎이 누렇게 변하고 힘없이 축 처졌다. 나는 누렇게 변한 잎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떼어냈다. 처음에는 풍성하고 파릇파릇했던 화분이었지만, 누런 잎을 계속 제거하다 보니 결국 잎이 거의 없는 줄기 하나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 모습을 보니 화분을 그대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때 어린 시절 학교에서 했던 고구마 관찰 실험이 생각났다. 싹이 난 고구마를 물컵에 담가두면 밑으로 뿌리가 내리고 위로 새잎이 자라던 모습이었다. 나는 스킨답서스도 줄기를 물에 담가두면 다시 뿌리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살아 있는 부분으로 보이는 줄기를 과감하게 잘라 물이 담긴 유리병에 넣었다. 처음에는 정말 뿌리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물이 줄어들 때마다 보충해 주며 기다렸다. 한두 달 정도 지나자 물속의 줄기에서 하얀 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병 안쪽에는 초록색 이끼도 끼었지만, 새 뿌리가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 상태로 약 6개월 정도 키우자 뿌리가 제법 길어졌다. 물속에서 자라는 모습도 처음에는 보기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병 안에 이끼가 생기고 물이 탁해져 조금 지저분해 보였다. 나는 이제 뿌리가 충분히 자란 것 같아 다시 흙에 심어 보기로 했다. 기존 화분에 남아 있던 상한 뿌리와 오래된 흙을 정리한 뒤, 새 흙을 섞어 물에서 키운 스킨답서스 뿌리를 조심스럽게 심었다. 물속에서만 자라던 뿌리가 흙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처음 화분을 샀을 때처럼 다시 풍성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기다렸다. 하지만 실패 그 후로 나는 여러 종류의 화분종류를 키우다 보니 요령이 생기고 배우면서 자급은 잘 키우고 있습니다

    스킨답서스 다시, 실패 끝에 남은 욕심

    그때는 식물의 잎이 누렇게 변하면 무조건 물이 부족한 줄 알고 계속 물을 주었다. 흙이 젖어 있는지, 화분 밑으로 물이 잘 빠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결국 처음 샀던 스킨답서스는 풍성한 모습을 잃었지만, 줄기를 잘라 물에 담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식물을 다시 살리는 방법을 조금씩 배웠다. 그 후 여러 종류의 화초를 오랫동안 키우면서 물 주는 시기와 햇빛의 양, 화분의 배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몬스테라의 줄기를 잘라 새순을 내고, 바이올렛 잎을 번식시키며, 제라늄 가지를 다시 심어 여러 화분으로 늘리기도 했다. 이제는 예전보다 식물의 상태를 살피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 실패했던 스킨답서스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이번에는 건강한 화분을 골라 햇빛이 직접 강하게 닿지 않는 밝은 곳에 두고, 흙의 상태를 확인한 뒤 물을 줄 생각이다. 줄기가 길게 자라면 안전하게 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창가에 걸어두고 싶다. 파릇파릇한 잎이 아래로 길게 늘어진 스킨답서스를 바라보며, 오래전 미국 은행에서 처음 느꼈던 그 싱그러움을 우리 집에서도 다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