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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의 80%는 음식이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집니다. 저도 오랫동안 계란을 줄이면 수치가 내려갈 거라 믿었는데, 막상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을 함께 먹게 되면서 그게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고혈압과 당뇨로 돌아가셨고, 저 역시 50대 이후 혈압 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알면서도 제대로 안 챙기게 되는 게 건강이라는 걸, 이 주제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고혈압: "건강하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혈압은 증상이 없습니다. 두통이 오거나 어지럽기 시작하면 이미 혈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혈관 건강은 느낌으로 알 수 없다는 말이 처음엔 와닿지 않았는데, 제가 직접 수치로 확인하고 나서야 "아, 이게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좀 낮으면 건강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임상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저혈압(hypotension)이라고 불리는 상태 중 상당수는 사실 심혈관계가 적은 압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적인 심장"의 신호입니다. 여기서 저혈압이란, 수축기 혈압이 90mmHg 미만인 상태를 말하는데, 진짜 병적인 저혈압은 자율신경 이상이나 쇼크 상태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나타납니다. 반면 고혈압은 다릅니다. 만성적으로 혈압이 높으면 혈관 벽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탄성을 잃게 되고, 이것이 동맥경화(arteriosclerosis)로 이어집니다.
저는 워낙 "나는 건강한 편이야"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혈압 문제로 돌아가셨는데도, 막연히 나는 다를 거라 여겼습니다. 그러다 50대 넘어서 수치를 보고 나서야 혈압약을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혈압약을 먹는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하는데, 솔직히 그 반응이 저는 더 무섭습니다. 알면서도 안 챙기는 게 결국 혈관을 망가뜨립니다.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경동맥 초음파(carotid artery ultrasound) 검사가 있습니다. 경동맥 초음파란 목 옆을 흐르는 굵은 혈관의 두께와 플라크 유무를 직접 영상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전신 혈관 건강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입니다. 일반 건강검진 항목에는 잘 포함되지 않아서 따로 챙겨야 하는데,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 받아볼 만합니다.
- 고혈압은 자각 증상 없이 혈관 손상을 진행시킵니다
- 부모가 고혈압이면 자녀의 발생률도 유의미하게 높아집니다
- 경동맥 초음파는 현재 혈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본 검사입니다
- 증상이 없다고 건강한 게 아닙니다. 수치로만 알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계란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성분입니다. 문제는 이 콜레스테롤이 과잉 상태가 될 때인데, 혈중 콜레스테롤의 80%는 음식이 아니라 간에서 탄수화물을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나머지 20%만 식이 섭취에서 비롯됩니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계란부터 줄이라고들 합니다. 저도 그 말을 꽤 오래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콜레스테롤약을 먹으면서 식단을 들여다봤더니, 문제는 계란이 아니라 간식이나 밥, 국수 같은 탄수화물 쪽에 있었습니다. 간이 탄수화물을 재료로 콜레스테롤을 과잉 생산하는 구조인데, 계란만 덜 먹는다고 수치가 잡힐 리 없었습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은 혈중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선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손상된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 스타틴(statin)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과정을 직접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여기서 스타틴이란 HMG-CoA 환원효소를 차단해 간의 콜레스테롤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약을 말합니다. 스타틴을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심혈관 질환 위험이 실제로 있는 경우라면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임상적으로 확인된 약입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저는 현재 혈압약과 콜레스테롤약을 함께 먹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래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던 터라 오히려 그 자신감이 더 늦게 시작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독일산 비트루트 주스를 꾸준히 마시면서 식단도 조금씩 바꾸고 있는데, 동년배보다는 혈관 상태가 나은 편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복부비만: 마른데 배만 나온 게 더 위험합니다
저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배가 나왔습니다. 체중 자체는 크게 문제없었는데 배만 볼록했고, 그냥 체형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내장지방(visceral fat)이 단순한 살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장기 사이에 끼어 있는 지방으로, 염증성 사이토카인(inflammatory cytokine)이라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분비합니다. 여기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란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신호 물질로, 혈관 벽에 작은 손상이 생겼을 때 과잉 반응을 유발해 동맥경화를 빠르게 진행시킵니다.
흔히 "중년은 약간 통통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을 좋아했습니다. 실제로 극단적인 저체중보다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편이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배가 나와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체 체중이 정상이어도 복부에 내장지방이 집중된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고도비만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출처: WHO).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각종 향미 증강제와 첨가물이 뇌를 자극해 포만감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과식을 유도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되는 느낌, 그게 의지 문제가 아니라 식품 설계 문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채소를 먼저 먹고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식사량이 꽤 줄어드는 게 느껴집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딸이 가족력을 물어봤을 때, 저는 고혈압 이야기는 했지만 복부비만이 그 자체로 하나의 위험 인자라는 건 미처 설명 못 했습니다. 부모가 고혈압인 경우 자녀의 고혈압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자녀 세대도 20~30대부터 혈압과 내장지방을 함께 신경 써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혈압이면 콜레스테롤도 높은 건가요?
A.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으로 혈관 벽이 손상되면 그 자리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받았습니다. 두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 혈압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한 번 시작하면 오래 먹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약이 나쁜 게 아니라 혈압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체중 감량이나 식단 개선으로 혈압이 정상 범위로 내려오면 의사와 상의 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의로 끊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합니다.
Q.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려면 계란 줄여야 하나요?
A. 식이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의 약 20% 수준입니다. 나머지 80%는 간에서 탄수화물을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계란 제한보다는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편이 실질적으로 더 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계란보다 간식류를 줄이고 나서야 수치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Q. 부모님이 고혈압이면 자녀도 무조건 생기나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식습관, 생활 패턴 같은 환경 요인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저도 딸에게 20~30대부터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보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른 발견이 가장 좋은 예방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고혈압과 콜레스테롤, 복부비만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흐름입니다. 혈압이 올라가면 혈관이 손상되고, 손상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거기에 내장지방이 뿜어내는 염증 물질이 더해지면 동맥경화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저처럼 가족력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이 연결 고리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지"라고 생각하다가 정작 안 챙기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 당장 혈압 수치를 한 번 재보고, 기회가 되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도 알아보시길 권합니다. 이미 약을 먹고 있다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알고 관리하는 것이 모르고 방치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