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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꽃, 손바닥만 한 꽃이 핀다
가시 많은 선인장에서 손바닥만 한 꽃이 핀다. 핑크색에 나팔 모양, 꽃잎 여러 개에 가운데 꽃술이 있다. 5년 전 친구 아버님이 한 화분에서 번식시킨 선인장을 얻어왔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친구가 나에게 선인장 하나를 가져가 보라고 했다. 꽃이 피면 정말 예쁘다며 꼭 한번 키워보라고 권했다. 친구가 주는 것이니 고맙게 받아 집으로 가져왔지만, 처음에는 솔직히 그 선인장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화분도 크고 선인장도 제법 컸는데, 무엇보다 길고 뾰족하게 돋아난 가시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지나가다가 잘못 건드려 찔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 집 한쪽 구석에 조심스럽게 놓아두었다.
선인장 꽃봉오리, 2~3일이면 활짝
가시 가운데서 봉우리가 올라와 다음날 활짝 핀 꽃을 보았다. 봉우리 올라온 지 2~3일이면 꽃이 핀다 매년 꽃이 피고, 한 번에 여러 봉우리가 동시에 올라온다. 많을 때는 6~7개 봉우리가 나오고 피는 순서가 다 다르다. 친구한테 선인장을 화분 하나를 가져다 놓았다. 그렇게 피었다.
너무 아쉬웠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꽃을 보았는데 하루 만에 시들어 버린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조금만 더 오래 피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꽃이 아름다운 만큼 그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이면 시들어, 서로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같다
아침에 피어있다가 다음날 나가보면 시들어 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피고, 한 꽃이 지면 또 한 꽃이 핀다. 꽃이 너무 커서 서로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인장에는 피어났다.
‘혹시 서로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은 아닐까?’
꽃 한 송이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모든 꽃봉오리가 동시에 피면 서로 부딪히고 자리가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핀 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보여준 뒤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면, 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봉오리가 다시 꽃을 피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것은 꽃을 바라보며 내가 혼자 해본 생각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피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정말 선인장도 서로의 자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먼저 핀 꽃은 자신의 시간이 끝나면 물러나고, 다음 꽃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리고 다음 꽃이 또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난다.
이제는 꽃이 빨리 시든다고 예전처럼 아쉽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한 송이가 지면 또 다른 꽃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피어난 꽃과 어제 피었던 꽃은 다르지만, 선인장은 그렇게 오랫동안 나에게 하나씩 새로운 기쁨을 보여주었다. 짧게 피었다가 지기 때문에 어쩌면 그 꽃이 더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동안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모두 보여주고 조용히 다음 꽃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에서 나는 자연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질서를 보았다. 그렇게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기쁨을 얻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생각한다. 내년에도 이 선인장에 다시 꽃봉오리가 맺히겠지. 그때도 한 송이가 피었다 지고, 또 다른 한 송이가 그 자리를 이어받으며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겠지. 그래서 나는 이제 꽃이 지는 것을 보면서도 다음 꽃을 기다린다. 그리고 내년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