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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긴 담벼락에 넝쿨장미가 한참 걸어야 끝나는 길 위로 피었다”제가 한국에 살 때 봄이 되면 늘 기다려지는 풍경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의 긴 담벼락을 따라 넝쿨장미가 가득 피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장미가 한두 그루 심어진 정도가 아니라 담장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끝이 보일 만큼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초록색 잎 사이로 수많은 장미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면서 평범했던 아파트 담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진한빨간색 장미. 흑장미가 담벼락을 가득 채운 그 길이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넝쿨장미 담장, 한참 걸어야 끝나는 길이
아파트 긴 담벼락에 넝쿨장미가 한참 걸어야 끝나는 길 위에 피었다. 화병에 꽂는 장미 말고 담장에 피는 장미, 흔하지 않다 20대 후반, 그때는 남자친구에게 주고받는 꽃이 전부였다. 남자친구는 그냥 1송이, 담장 장미는 꺾을 수 없는 보는 것만으로도 예뻤다, 봄이 되면 초록색 잎 사이로 수많은 장미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면서 평범했던 아파트 담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그 길은 제가 일을 하러 갈 때도 지나가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지나가던 익숙한 길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걸었지만 장미꽃이 피는 계절만큼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걸음을 조금 늦추고 담장을 바라보면서 ‘이 장미가 이렇게 담장을 가득 채울 때까지 도대체 몇 년이나 걸렸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20대 후반이던 그 시절에는 장미라고 하면 꽃가게에서 파는 꽃다발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친구에게 받기도 하고, 남녀 사이에 특별한 날 선물하는 꽃도 대부분 장미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랫동안 꽃병에 꽂아놓는 장미에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담장을 가득 덮은 넝쿨장미를 보면서 장미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꽃다발 속 장미는 누군가 꺾어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지만, 담장을 가득 채운 장미는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그 긴 장미 담장을 통째로 꺾어 갈 수 없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수많은 꽃을 피워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장미였습니다.
매일 출근길, 봄에 활짝 핀 담장 장미 기억
집에서 일터 가는 길, 매일 그 담장 장미를 지나쳤다. 그 아파트에서 1년 살다 미국에 왔다, 그때 보았던 장미꽃만 가끔 생각난다. 그날이 오면 저는 아마 담장에 핀 장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후반의 제가 매일 출퇴근하며 걸었던 그 길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한참 걸어야 끝이 보였던 그 넝쿨장미 담장은 이제 제게 단순한 꽃길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기다림이 만들어낸 풍경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때는 매일 같은 길을 오가면서도 그 장미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봄이 오면 피어 있고, 어느 날 보면 꽃이 지고 초록 잎만 남아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봄을 지나며 나는 그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출근할 때는 하루 일을 생각하며 바쁘게 지나갔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조금 지친 마음으로 그 담장을 바라보곤 했다. 그래도 장미가 활짝 핀 날에는 잠시 걸음을 늦추게 되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심은 꽃도 아니고, 나를 위해 피어난 꽃도 아니었지만 그 길을 지나는 동안만큼은 나에게도 작은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에는 앞으로 내가 미국에서 살게 되고, 언젠가 내 집 담장에 직접 넝쿨장미를 심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미국에서 작은 장미 한 그루를 심고 가지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이상하게도 오래전 그 아파트 담장이 자꾸 생각났다. 기억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평소에는 잊고 살던 장면이 비슷한 꽃 하나를 보는 순간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바로 어제 보았던 풍경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미국 담장에 심은 넝쿨장미, 4년째
아파트 긴 담벼락에 넝쿨장미가 한참 걸어야 끝나는 길이로 피었다”미국 온 지 꽤 됐고, 4년 전에 우리 집 담장 앞에 넝쿨장미를 심었다 매년 가지치기해 줬다, 꽃은 예쁘게 피는데 한국 담장만큼 만드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담장 장미 만들려면 몇십 년은 걸릴 것 같다, 4년 키워보니 알겠다 담장 장미 만들려면 몇십 년은 걸릴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 와서 살게 되었고, 나중에는 나의 집을 마련해 집 주변을 하나씩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문득 한국에서 매일 지나가며 보았던 그 장미 담장이 생각났습니다. ‘나도 우리 집 담장에 넝쿨장미를 심으면 언젠가는 저렇게 꽃으로 가득한 담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넝쿨장미를 사다가 담장 근처에 직접 심었습니다. 작은 장미 한 그루를 심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벌써 몇 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가지가 담장을 타고 길게 뻗고 봄이 되면 수많은 장미꽃이 한꺼번에 피어 우리 집 담장을 아름답게 덮는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담장을 가득 덮을 만큼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가을이 되면 지저분해 보이는 가지를 너무 많이 잘라주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가지가 길게 자라려고 하면 모양을 정리한다고 잘라버리고, 또 다음 해가 되면 새로 자란 가지를 정리하곤 했으니 넝쿨장미가 충분히 뻗어나갈 시간을 제가 주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